“보따리 싸서 나오문 나만 손해여!”

전광투데이 승인 2024.04.07 18:06 의견 0


친한 선후배들과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후배에게 “자네 혹시 제수씨께서 점심때면 혼자서만 맛있는 것 먹고 다닌다고 불평하지 않던가?” 물었더니 “아직 그런 말은 없고 오히려 먹고 가면 더 좋아하던데요.” “그건 왜 그럴까?” “형님도 생각해 보세요. 아무래도 제가 밖에 나가지 않고 방에 앉아 끼니때마다 밥을 챙겨 먹고 있으면 저의 집사람은 오죽 귀찮겠어요? 그러니 매일은 아니라도 자주 밖에 나와서 점심 정도는 해결해 주는 것이 저의 집사람 입장에서 보면 아주 좋은 일 같더라고요.”
“그런가? 하긴 요즘‘삼식(三食)이를 만들지 말라!’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있다고 하던데 남자들이 집에만 있으면 여자들이 정말 힘 드는 걸까?” 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선배께서 “남자들이 밖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가면 여자들은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그러데!”
“왜 그렇게 편할까요?”“자네도 생각해 보소! 집에 남자가 없으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여자들은 대부분 김치 같은 반찬 한두 가지 내놓고 그냥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마는데 남자가 있으면 어디 그렇게 된가? 아무래도 반찬 한 가지라도 더 준비해야 하고 여러 가지 신경 쓸 일이 많은 데다 또 설거지라든가 모든 일이 더 귀찮아지는데 남자가 밖에서 먹고 들어가면 그런 일이 생략되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렇긴 하네요.” 하자 후배가 “저는 엊그제 무엇을 좀 하느라고 점심을 못 먹고 집에 들어갔더니 저의 집사람이 ‘밥은 먹었냐?’ 묻더라고요. 그래서 ‘아직 못 먹었다!’ 했더니 ‘여태 뭣을 했길래 아직도 못 먹고 돌아다니냐?’고 화를 내던데요.” “그러면 혹시 보따리 싸서 나가라! 고 하지는 않던가?”
“제가 무슨 죽을죄를 지은 사람도 아닌데 보따리 싸서 나가라고 하겠어요?” 하자 선배께서 “이 사람아! ‘보따리 싸서 나가라!’ 하면 나와 버리면 되지 무슨 걱정있는가?” “그러면 나와서 어디로 가게요?” “어디로 가다니? 그럼 아직 보따리 싸서 나오면 갈 데도 준비해 놓지 못했단 말인가?” “그러면 형님은 보따리 싸서 나오면 갈데 라도 있으세요?” “그 정도는 있지 없어!”
“거기가 어딘데요? 혹시 작은 형수님을 마련해 놓은 것은 아니겠지요?” “이 사람아! 내가 그런 게 어디있단가? 나는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여자는 오직 자네 형수만 보며 살아왔어! 알겠는가?” “거짓말 같은데요? 아무리 그런다고 형수님만 보고 살았겠어요?”
“정말이라니까 그러네! 내가 지금까지 여자들 손은 우리 어머니와 또 자네 형수 두 사람 손 외에는 잡아 본 적이 없어!” “그러면 지난번에‘이 세상에 제일 이쁜 우리 손녀!’라며 손을 잡고 가던데 손녀는 여자로 안 들어가나요?”
“그 애는 아직 어리니까 여자 손이라고 할 수 없고 내 말은 성인 여자 손을 말하는 거야!” 하자 후배가 “제가 옛날 젊었을 때 소주를 한잔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집사람이 ‘웬 술을 먹고 다니냐?’며 화를 내더라고요. 그래서 ‘에이! 내가 여기 아니면 잠잘 데 없는 줄 아냐?’ 하고 문을‘쾅!’ 닫고 나와버렸거든요. 그런데 막상 집을 나와보니 갈 데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날따라 날씨도 굉장히 추웠는데 마침 혼자 사는 잘 아는 선배의 집에 전화했더니 ‘오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거기서 밤 1시 넘게 시간을 보내고 밤중에 살며시 집 방문을 열어보니 다행히 안 잠겼데요. 그래서 살금살금 들어가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잤거든요. 그 일이 있고 나서 저는‘아무리 부부싸움을 해서 화가 나더라도 밖에 뛰쳐나가면 나간 사람만 손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류상진 전 보성우체국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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