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잘 묵어도 큰 복이여!”

전광투데이 승인 2024.03.10 18:06 의견 0

오늘이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 ‘눈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인데 엊그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늘도 계속해서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비가 내리지 않아 봄가뭄이 심각하다며 물을 아껴쓰자! 며 캠페인도 벌이는 시기인데 올해는 무슨 일로 이렇게 매일 비가 내리는 걸까? 이러다 혹시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 걸까?’ 혼자 속으로 괜한 걱정을 해 보았다.
오늘은 5일 만에 한 번씩 열리는 보성읍 장날이어서 집사람과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늘은 어떤 새로운 것이 있을까?” 기대하며 집사람을 따라 천천히 장안을 돌아보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가볍게 ‘툭!’ 치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 한 분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몸은 건강하시고요?” 묻자 “나는 이라고 잘 돌아댕긴께 건강한 편이여!” “어디 아픈 데는 없으시고요?” “다행이 아픈디는 읍고 그랑께 괜찬해! 그란디 자네는 으짠까?” “저도 좋은 편인데 형님 동생들 건강은 어떠신가요?” 묻자 갑자기 얼굴이 어두워지며 “으째 그란고 우리 동생들 건강은 안 좋드란마시.” “어디가 그렇게 안 좋으신데요?”
“내 바로 손아래 동생 안 있는가? 그 동생 밭 가에 솔나무가 있는디 작년에 밭에서 일을 하다 가만히 본께 밭에 뭣을 심어노문 그늘지고 가리껴싼께 ‘저노무 나무을 비어부러야 쓰것다!’ 그라고 나무 우그로 올라가서 톱질을 하다 밑으로 떨어져 부렀어!” “저런 큰일 날 뻔했네요. 그러면 많이 다치지는 않았나요?”
“나무가 4미턴가 5미턴가 된다 글든디 안 다쳤으꺼여? 그란디 특히 옆구리를 많이 다쳐갖고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낼 퇴원한다 그라문 오늘 담당 의사가 오드니 심각한 얼굴로 ‘환자분의 소변검사와 피검사를 했는데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걸로 보아 신장암이 의심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정밀검사를 해 보려고 합니다.’ 그란디‘못하요!’그러껏인가? 그래서 검사를 해 봤드니 ‘신장암 초기니 수술하자!’글드라여. 그래서 퇴원을 할라다가 다시 입원해서 수술받고 완치되었다. 고 나왔는디 그 뒤로 을마 안되야서 갑자기 손에 풍끼가 와서 덜! 덜! 덜! 떨어싼께 수제를 들고 밥을 지대로 묵을 수가 읍서! 사람은 으디가 안 좋아도 밥은 맘 놓고 묵어야 쓴거인디 묵을 수가 읍응께 옆에서 사람이 떠믹에 줘야 한 숟구락 묵든지 말든지 항께 그것을 보문 기가 막혀 죽것드란 마시.”
“그런 일이 있었으면 정말 힘드셨겠네요.” “그란디 우리 막둥이 동생은 또 건강검진을 받으로 간다고 가데.” “그래서 건강하다는 결과가 나왔나요?” “그란디 위내시경인가 멋인가 있담서.” “위내시경은 조그맣고 기다란 관을 우리 위 속에 넣어서 이상이 있는가 없는가는 살피는 의료기구인데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하던가요?”
“위내시경 담당 의사가 보드니 아무래도 도시의 큰 병원에 가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 고 글드라여 그래서 두 말도 안고 광주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었는디 위암 초기니 빨리 수술하자 그래서 수술을 받고 ‘완치되었다’ 고 퇴원을 했는디 그 뒤부터 이상하게 밥맛이 읍다 그람서 밥을 지대로 못 묵어!”
“왜 그럴까요?” “그래서 병원에 가서 물어보면 ‘아무 이상없다!’ 그란디 두 동생 다 음식을 제대로 못 묵고 삐쩍 몰라갖고 있응께 이것 참! 답답하고 애가 터지드랑께. 그라고 동생들이 그래논께 그 앞에서 어떤 음식이라도 함부로 묵을 수도 읍고 또 묵을라문 부담스럽고 미안해지고 글드란마시. 그랑께 사람들이 밥만 잘 묵을 수 있는 것도 큰 복인 갑드라고.”/류상진 전 보성우체국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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