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마음

전광투데이 승인 2024.02.28 18:07 의견 0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늦지 않도록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저녁 식사를 하는데 친구 한 사람이“아들 결혼식 날을 받았다!” 며 청첩장을 내놓았다. “자네 며느리 될 아가씨 집은 어딘가?”
“순천(順天)이 집이고 직장은 광양(光陽)이라 그러데!” “그래~에! 아무튼 축하하네!” 하자 옆의 친구가 “아이고! 애기들이 때가 되문 얼렁얼렁 시집 장개를 가 부러야 쓴 것인디 요새는 으째 그라고 천하태평인지 모르 것단 말이시!”
“그란디 즈그들도 다 사정이 있드라고, 머시매들은 대학(大學) 댕기다 군대 갖다 오고 다시 학교 복학해서 졸업하문 직장 알아봐야 쓰껏 아닌가? 그란디 다행이 얼렁 취직(就職)되야 불문 좋것제만 그것이 으디 맘대로 된가? 그러다 으짜다 보면 금방 서른 살이 넘어 부러!”
“요즘 정부에서는 인구가 늘어나지 않아 걱정이라는데 젊은이들 취직만 빨리 되어도 그런 걱정이 많이 줄어들 거야!”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마치고 친구 두 사람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친구에게 물었다.
“자네 아들은 며느리 될 아가씨를 어디서 만났다고 하던가?” “베트남 출장 갔다 오다 비행기에서 우연히 만났다고 그러데.” “그랬어? 그러면 그게 우연이 아니고 필연 아닌가?” “말이 그라고 된가? 하여튼 지금이라도 결혼을 시킬 수 있어 정말 후련하네! 자네들도 알다시피 우리 아들이 덩치가 작은가? 아니면 인물이 나보다 못한가?
또 다니는 회사가 없는가? 덩치 좋고, 얼굴도 미남에다, 좋은 회사에 다니면서 40살이 넘도록 남들 다 가는 장가도 못 가고 있는 것을 생각하믄 속에서 천불이 터질라고 그래서 인자는 아예 포기를 해 부렇단 마시! 그란디 서너 달 전 갑자기 집에 ‘나하고 결혼할 사람!’이람서 아가씨를 데꼬왔는디 생글생글 웃는 모습이 전혀 낯설지 않고 마치 옛날부터 우리 식구였던 것처럼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이것이 ‘꿈이냐? 생시냐? 넘들 다 있는 아들 며느리가 드디어 우리 집에도 들어올라고 그라냐?’ 생각하니 너무 좋아 잠이 안 오드란 마시!”
“40살 넘은 노총각 아들이 장가를 간다는데 어찌 부모 입장에서 잠이 오겠는가? 생각 같아서는 혼수품이라도 목에 걸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우리 아들도 장가 간다네!’소리치며 자랑하고 싶었겠지! 안 그런가?” “그건 자네 말이 맞네!” 하자 옆에서 조용히 듣기만 하던 친구가 “우리 1년 후배 영호 있지 않은가?” “그런데 왜?”
“그 친구가 아들 장가를 보내려고 그렇게 애를 써도 안되어서 ‘아들이 집이 없어 그런가?’하고 저쪽 원봉리 쪽에 삼백 평짜리 논을 사서 집을 아주 좋게 지었거든 그리고 TV를 비롯한 가전제품까지 다 장만해서 누구든지 그냥 몸만 들어와도 편히 살 수 있도록 해 놓았는데도 아직까지 아가씨가 없어 결혼을 시키지 못하고 있어!”
“그러면 동남아 쪽 아가씨라도 알아보지 그랬을까?” “그런데 정작 본인이 싫다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거기다가 그 사람 친구가 딸이 있는데 ‘우리 서로 사돈하면 어쩌겠냐?’하고 선을 봤는데 서로‘싫다!’는 거야. 그러니 어쩌겠는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있어!”
“부모의 마음은 우리 아들은 예쁘고, 착하고, 가족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그런 며느리를 원하고, 또 사윗감은 인물도 잘 생기도 좋은 직장에 능력있는 사람을 원하지만, 어디 세상일이 마음대로 된가? 그러면 최선책이 아니면 차선책이라도 해서 어떻게 결혼을 시키면 부모로서의 의무는 일단 끝난 셈인데 그렇지 못하면 항상 가슴속에 응어리져 남아있을 게 아닌가? 그러니 이래도 걱정 저래도 걱정일세!”/류상진 전 보성우체국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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