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반려견

전광투데이 승인 2024.01.14 17:21 의견 0

며칠 전 구입한 바지의 길이를 줄이려고 친구가 운영하는 세탁소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 와! 친구 정말 오랜만일세! 몸은 건강하신가?” 하며 반겼다. “나는 건강한 편인데 자네는 어떠신가? 사업도 잘되시고?” “아이고! 이것도 무슨 사업이단가?”
“세탁소 사장님은 요즘 말하는 소상공인 아닌가?” “밥값도 못하는데 이런 것이 무슨 상공인에 들어간단가?” 하면서도 손은 작은 파이프를 연결하여 별처럼 짜여진 틀에 예쁜 무늬가 그려진 천을 씌우는 바느질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자네가 하는 것은 무슨 작업인가?”
“이게 방안에서 기르는 조그만 강아지 집이라는데 여기 틀 위에 천 조각을 씌우려니까 눈이 돌아갈 지경일세!” “그러면 조금 쉬어가면서 해야지 계속해서 눈을 한곳에 집중하니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가?”하며 잠시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인가?”
“바지 길이를 줄이려고 가져왔네.” 하자 몸길이를 재어 바지에 표시하는 것을 보고 “그런데 저 개 집을 가져온 사람은 젊은 사람인가?” “아니 젊은 사람은 아니고 얼굴을 보니 나이가 우리보다 더 먹어 보이더라고.”
“그러면 80대쯤으로 보였단 말이지?” “글쎄 그렇다니까.” “그렇다면 누군지는 몰라도 개를 상당히 사랑하는 사람 같구먼!” “그런데 지금은 반려견을 키우려면 상당히 절차가 복잡하다고 하더라고.” “무슨 절차가 복잡한데?” “옛날에 내가 시골에 살면서 개를 키울 때는 그냥 마을 누구네 집에서 개가 새끼를 낳으면 별다른 절차 없이 가져다 키우면 되었는데, 요즘에는 읍 면사무소에 신고하고 인식표를 개의 몸에 삽입하든지 아니면 목줄을 걸어야 한다고 하더라고.” “그것은 개를 기르다 싫증 나면 차에 싣고 가다 어디 적당한 곳이 있으면 버리거나 또 잃어버렸을 때 주인을 찾으려고 그러는 것 아닐까?”
“아마 그런 목적으로 그러는 것 같아! 내가 두어 달 전 어디를 다녀오면서 사람도 살지 않은 아주 한적한 도로를 지나는데 예쁘게 생긴 강아지 한 마리가 차 소리를 듣고 달려오더라고 그런데 그때는 ‘왜 개가 저런 곳에 있을까?’ 다소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오늘 자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말 그런 것 같거든.”
“그리고 아파트 같은 곳에서는 개가 짖지 못하게 성대 수술도 해 주어야 한다고 그러네.” “아파트 같은 데서는 개 짖는 소리 때문에 많은 민원도 발생하고 그러니까 해 주어야 하는데 며칠 전 모 아파트에서는 아래층 사람에게 ‘임신한 아내가 괴로워하니 제발 베란다에서 담배 좀 피우지 말아 달라!’는 호소문을 붙이는 곳도 있더라고, 그러니 서로 조심하려면 당연히 수술도 필요하겠지.” “그리고 요즘 개들은 건강보험 같은 게 없기 때문에 어디 아프면 돈이 많이 든다고 하더라고.”
“나도 그 이야기는 들은 것 같은데 저쪽 이발소를 운영하는 형님께서 키우던 개가 이상하게 밥을 안 먹어 가축병원 원장에게 보였더니 ‘소화불량 같은데 괜찮을 겁니다.’하며 주사를 한 대 놔주더라는 거야!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나을 기미가 없어 광주의 큰 가축병원으로 데리고 갔더니 ‘대장 쪽에 암이 생겼는데 빨리 수술하지 않으면 몇 개월 살지 못하고 죽을 겁니다.’ 해서 할 수 없이 수술했는데 다행히 경과가 좋아서 요즘 건강하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경비가 얼마나 들었냐? 물었더니 ‘이백오십만 원 정도 들었다!’ 고 하더라고.” “이백오십이면 많은 돈이긴 한데 그래도 그 돈으로 한 생명을 살렸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아무튼 개집을 가져온 주인께서도 ‘반려견이 싫증 난다!’며 버리는 일 없이 끝까지 함께 했으면 정말 좋겠네.”/류상진 전 보성우체국배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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