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짹! 짹! 짹! 짹!’이른 새벽부터 새들이 오일시장이라도 열었는지 여기저기서 무리 지어 시끄럽게 떠들어도 해님은 구름 속에서 무엇을 하는지 얼굴도 내밀지 않고 있다가 오후 늦은 시간이 되자 살금살금 서산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는데 오늘이라는 하루도 해님의 그림자를 따라 빠르게 따라가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들과 점심 약속이 있어 시간이 늦게 않게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리자 한사람 두 사람 모이기 시작하였는데 친구 한 사람이 오른손 약지와 새끼손가락에 하얀 붕대를 감고 식당으로 들어오면서 “늦어서 미안합니다.” 해서 “아니 자네 손가락은 왜 그런가? 무슨 사고라도 있었는가?” 물었더니 “올여름에는 장마가 짧아 비 오는 날이 며칠 되지 않았거든.”
“그렇지! 그러다 보니 여름이 굉장히 긴 것처럼 느껴지면서 또 엄청 날씨가 뜨겁지 않았는가?” “그런데 그게 또 참깨 농사에는 아주 좋은 날씨였는지 ‘작년만 해도 농사가 형편없다.’고 했는데 올해는 예상을 뛰어넘는 아주 풍작이라고 하더라고.” “그랬어? 날씨가 그렇게 뜨거웠는데도 참깨 농사는 도움을 많이 주었나 보네.”
“그런데 우리 어머니께서 ‘참깨가 아주 잘 말랐으니 집이 와서 잔 털어주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집에 가서 풍구에 다발을 넣고 기계를 돌리는데 처음에는 잘 말라서 아주 잘 털어지더라고, 그래서 아주 쉽게 금방 털어냈는데 날씨 때문인지 참깨 한 알이 마치 쌀알만큼 크고 반질반질하더라고 그래서 ‘와! 올해 참깨 농사 정말 대박인데!’ 했는데 어머니께서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참깨 대를 가지고 오셔서 ‘이것이 째깐 덜 몰랐제만 그래도 털어진가 보게 기계에 너 봐라!’하시더라고, 그래서 넣었더니 마르지 않은 거라 그런지 자꾸 걸려 기계가 멈추더라고! 그래서 손을 넣어 빼내는데 갑자기 풍구가‘윙!’하고 돌면서 약지와 새끼손가락을 ‘탁!’ 치더라고 그래서 얼른 손을 빼냈는데 만약 그때 조금만 늦게 빼냈다면 손이 잘릴뻔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난다니까?”
“그랬으면 정말 큰일 날뻔했네. 그런데 왜 갑자기 기계가 돌았을까?” “그게 기계가 돌다 멈추면 전기 스위치를 내리고 걸려있는 깨 다발을 꺼내야 하는데 그걸 내리지 않고 그냥 손을 집어넣어 축축하게 젖은 다발을 꺼내다 보니 대가 빠지면서 조금 공간이 헐렁해지니까 기계가 돌아버렸더라고. 하여튼 무슨 일이든 안전이 제일인데 그건 생각을 안 했으니 내가 정말 바보같이 느껴지더라고.”
이야기가 끝나자 옆에 친구가 “나는 지난번 시골집에 가서 경운기 시동을 걸려고 핸들 손잡이를 넣고 돌리는데 갑자기 손잡이가 빠지면서 ‘빙그르르’ 돌더니 내 이마를 사정없이 때리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많이 다치지 않았는가?”
“어째 안 다치겠는가? 그 충격에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져 버렸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려보니 병원이더라고.” “그러면 기절이라도 했단 말인가?” “글쎄! 그랬다니까 하여튼 그 사고 때문에 3일 동안을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는데 지금도 가끔 머리가 아프더라고.”
“그런데 어쩌다 그런 사고가 났을까?” “처음 경운기 시동을 걸려면 손잡이를 깊숙이 넣은 다음 돌려야 하는데 그날은 대충 넣은 다음 돌리니 손잡이가 그냥 빠져 버린 거야! 그런데 그냥 빠졌으면 좋은데 하필 ‘빙그르르’ 돌면서 내 이마를 때릴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지금 생각해도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도 병원에 입원은 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아 정말 다행일세! 솔직히 나도 그렇지만 자네들도 젊고 파릇파릇했던 시절을 다 지났으니 항상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세!”/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