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으로 내리는 밝고 고운 햇살이 포근함을 예고하자 여기저기 새들은 목을 길게 빼고 서로‘내가 최고!’라는 듯 아름다운 노래 부르기에 여념 없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하얀 나비 한 마리 날개를 팔랑거리며 노란 개나리꽃 위를 서성거리더니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내려오려는데 선배 한 분이 길 아래쪽을 이리저리 살피고 있어“형님! 지금 무엇을 찾고 계세요?” 물었더니 “내가 엊그저께 여그서 더덕 순을 본 것 같은디 오늘 찾아본께 읍네! 누가 캐가 부렀으까?”
“더덕 순이라면 형님 발밑 조금 아래쪽에 뾰쪽하게 올라와 있는 것 아닌가요?” 하였더니 “응! 그래! 여가 있었구만! 나는 한참을 찾아도 안 보여서 누가 캐가 분지 알았는디 안 캐가고 여가 있었구만.” “그래도 여기는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인데 그걸 캐가면 되겠어요?”
“그래도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여! 쩌그 누구네 집 밭에는 두릅이 참말로 잘 되야서 ‘내일쯤 따야겠다!’하고 다음 날 아침에 가보았더니 누군가 밤에 와서 다 따가 버렸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머리끝까지 화가 나 따간 사람에게 욕을 하였는데 그런다고 이미 따가 버린 것이 돌아오겠는가?” “그랬으면 정말 황당했겠는데요.”
“그러게 말이야!” 하며 며칠 전 강한 바람에 부러져 떨어져 내린 나뭇가지를 주워 옆 가지를 손질하고 있어 “형님! 그건 또 무엇하려고 그러세요?” “이것을 잘 손질해서 이렇게 더덕 순이 타고 올라갈 수 있게 만들어주려고 그러는 거야.” 하며 더덕 순 옆에 나뭇가지를 ‘꾹! 꾹!’ 눌러 세운 다음 “이삔 더덕아! 인자 올라갈 받침대도 있응게 잘 크거라 잉!” 하면서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선배 한 분이 “우리 딸이 어저께 쩌그 휴게소 뒤편에 있는 산으로 꼬사리를 끈으로 갔든 모양이데.” “그러면 많이 끊었다고 하던가요?”
“끈은 것을 우리 집으로 갖고 왔는데 즈그 한 끼니 우리 한 끼니 묵게끔 끈었드라고.” “그러면 다른 것 취나물이나 더덕이나 도라지 같은 봄나물은 안 꺾었던가요?” “취나물 한주먹 그라고 어린애 께끼 손구락 같이 생긴 더덕 서너 뿌리를 캐 갖고 왔어.” “그래서 그건 어떻게 하셨어요?”
“아니 이렇게 어린 걸 뭐하러 캐왔냐? 조금 더 자라게 그냥 놔두지 그랬냐? 했더니 우리 딸이 ‘아빠! 그건 내가 캔 게 아니고 우리 친구가 아빠에게 줄 선물이라고 캐서 준거야!’ 하더라고 그래서 ‘그러면 화단 주위에 심어놔라!’ 했는데 ‘이미 껍질까지 벗겨 깨끗이 씻은 다음이라 안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그냥 초장 찍어서 내가 먹었지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면 기운이 펄펄 나던가요?” “어린애 새끼손가락 같은 더덕 뿌리 몇 개 먹었다고 기운이 펄펄 나겠는가? 그냥 기분이나 좋아지겠지.” 하자 옆의 선배께서 “내가 며칠 전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는데 거기 나오는 주인공이 도시에서 살면서 몸이 망가져 사람이 살지 않은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생활하였는데 어느날은 산속에서 발을 잘못 딛는 바람에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정신을 잃었는데 나중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옆에 산삼이 있어 세 뿌리를 캤는데 누구에게 그 소식을 들었는지 심마니가 찾아와 ‘5백만 원에 팔라!’는 것을 팔지 않고 자신이 먹었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몸이 좋아졌다고 하던가요?” “어떻게 산삼 몇 뿌리 먹었다고 그냥 몸이 좋아질 수 있단가? 그냥 기분이니 차츰 좋아질 거라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아니겠는가?”/
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