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데뷔 31주년을 맞이한 가수 바비킴은 최근 몇 년간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의도치 않게 몇 년간 무대를 접어야 했고, 팬데믹 끝 무렵인 2022년 결혼해 유부남이 됐다. 여느 대중음악인과 마찬가지로 한밤중에 주로 이뤄졌던 곡 작업은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게 된 아내의 생활 패턴에 맞추고자 낮으로 옮겨졌다.
바비킴이 24일 발표한 새 미니앨범 '파트 오브 미'(PART OF ME)는 이 같은 그의 경험과 변화가 고스란히 녹아든 작품이다.
신보 발매를 앞두고 최근 서울 마포구에서 취재진을 만난 바비킴은 "코로나19 이후로 한동안 활동을 못 했는데 혼자 운동과 산책을 하면서 사랑에 대한 많은 생각과 추억을 정리했고, 지금의 아내와 연애할 때 받은 영감을 더해 음악 작업을 거쳐 (앨범을) 완성했다"고 소개했다.
또 "정식으로 3년 만에 컴백한 유부남으로 돌아온 가수 바비킴"이라고 너스레도 떨었다.
2022년 싱글 '취했어' 이후 3년 만에 나온 이번 신보는 바비킴이 일상 속 소중한 순간들과 깊이 있는 감정을 다채로운 장르와 풍부한 감성으로 그려낸 앨범이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사랑을 흘리다…그리고 3일'을 비롯해 타블로가 작사한 선공개곡 '모닝 루틴'(Morning Routine),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노랫말을 쓴 컨트리 리듬앤블루스(Country Rhythm & Blues), 레게 장르의 '달빛 세레나데' 등 총 다섯 곡이 실렸다. 그는 전곡을 직접 작곡했다.
타이틀곡 '사랑을 흘리다…그리고 3일'은 바비킴이 사랑, 이별, 후회의 복합적인 감정을 박선주가 쓴 섬세한 가사에 얹어 풀어낸 발라드다.
바비킴은 "처음에는 타이틀곡 제목을 '사랑을 흘리다'로 했었는데, 다시 만날 기회가 있다는 희망을 표현하려 '그리고 3일'이라는 말을 더했다"며 "작사한 박선주는 여전히 무서운 누님이다. 그래도 (한국어) 발음이 많이 나아졌다는 칭찬도 받았다"고 설명했다.
수록곡 가운데 '모닝 루틴'과 '달빛 세레나데'는 바비킴이 아내를 생각하며 쓴 곡이다.
그는 "아내도 낮에 일하고 나는 밤에 음악 작업을 하다 보니 결혼했는데도 서로 마주치지 않는 날도 있더라. '이게 결혼 생활을 하는 건가?' 하는 의문까지 들었다"며 "그래서 내가 새벽에 음악 작업을 하는 패턴을 바꿨다. 이러한 새로운 일상이 '모닝 루틴'에 담겼다"고 말했다.
지난 1994년 밴드 닥터레게로 데뷔한 바비킴은 지난 31년 동안 '고래의 꿈', '사랑…그 놈' 등 감성적인 발라드를 여럿 히트시켰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발라드 가수라는 꼬리표가 맘에 들지 않았단다.
바비킴은 "많은 분이 '고래의 꿈'을 좋아해 주셨지만, 나는 발라드 가수로 이미지가 고정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한 때는 그 노래를 부르기 싫어했다"며 "하지만 대중이 좋아해 주시는데 어쩌겠느냐. 드라마 '하얀 거탑' OST '소나무'도 반응이 좋아서 그 뒤로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발라드 신보를 냈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오랜만의 복귀라 부담이 없지는 않다"면서도 "내 팬들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갈수록 발라드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아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나 역시 나이가 있어서 트렌드(유행)를 따라가긴 싫지만, 아직 마음속 불은 꺼지지 않았다"며 "이전과 변화를 주고자 이번에는 밴드 음악을 하는 분들과 앨범 작업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바비킴의 마음속에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음악에 대한 열정은 다양한 장르에 대한 시도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는 다음 앨범에서는 빠른 템포의 노래도 실을 예정이라고 했다.
바비킴은 "아직도 표현하고 싶은 게 많다"며 "30년 전 20대 초반 때는 누가 시키는 대로만 했다면, 이제는 내가 리더가 된 느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요즘 트로트가 유행인데, 어느 음악인 동료가 트로트를 한 곡 불러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했지만, 거절했다"며 "그 장르를 내가 접해보지 못했는데, 왜 내가 그 유행을 따라가야 하느냐"고도 했다.
바비킴은 이제는 40∼50대가 된 팬과 그들의 자녀들에까지 다가갈 수 있는 음악을 하는 멋있는 가수가 되는 게 꿈이라고 밝혔다. 30년 넘게 이 꿈을 지켜 오며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그는 세대를 아우른 팬들을 콘서트장에서 만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래의 꿈'이 나오기 전 약 10년의 무명 시기가 있었고, 그로부터는 약 10년간 빛나는 시기를 겪었죠. 또 이후로 10년 정도는 무명은 아니었지만, 활동이 뜸했죠. 하지만 지난 31년 동안 좌절하거나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저 자신을 사랑했기 때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