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생명력이 넘쳐. 기회의 땅이야."
왜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느냐는 국희(송중기 분)의 질문에 수영(이희준)은 귀국하면 자신이 별 볼 일 없어질 거라며 이렇게 답한다. 국희와 수영은 호화로운 호텔에서 아름다운 카리브해를 내려다보고 있다.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 떠난 한인들이 이역만리에서 벌이는 욕망의 사투를 그렸다.
영화는 외환위기 직후 국희가 가족과 함께 희망을 찾아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그곳에서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과 박병장(권해효)을 만나게 되면서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보고타라는 이국적인 분위기가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다. 실제 보고타에서 촬영하며 담은 그곳의 풍경이 영화 자체의 분위기를 만든다. 배우들의 스페인어 연기, 이희준의 콧수염 등 현지에 어울리는 모습도 분위기 형성에 일조한다.영화의 핵심 전개인 국희의 변화도 눈여겨볼 만하다.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은 영화 '박하사탕'(2000)을 참고해 점프 컷과 교차편집, 몽타주 등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보고타'는) 각기 다른 시간대의 중요 사건을 다루고 인물과 관계가 변화하고 갈등도 생기면서 마지막에 파국이라면 파국, 성장이라면 성장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박하사탕'이) 좋은 예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과한 부분 없이 '잘 다듬은 돌'처럼 보기에 무리가 없다. 다르게 말하면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모난 데가 없는 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물들의 들끓는 욕망에 필적할만한 강렬한 표현의 부재는 아쉬운 부분이다. 같은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나르코스' 등을 기대한 관객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할 수 있다.
점프컷 등을 활용한 사건 위주의 전개에 인물들의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106분. 3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